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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 채송화반의 영화보기 현장체험학습] (2)

우리언니는 초등특수교육 선생님이다.
몇주전 언니가 현장학습이 있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고 별일 없는 나는 오케이!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네명.
한명은 자폐아이고 한명은 다운이고 또 한명은 정신지체에 그리고 마지막 한명은 정신지체에 몸을 잘 가눌 수 없는 아이다.
이 아이들이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누가 들으면 '우와~ 수업시간에 영화를~ 정말 특수교사 할만하다'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정말 뇌가 얄팍한 사람들의 생각임을 지적해 두고 싶다.

8시반, 학교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수업이 시작하는 9시에 우리들은 학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전철역까지 왔다.
우리를 내려주고 학부모님들은 돌아갔고 이제 본격적인 현상체험 학습의 시작이다.
매표소에서 '복지카드'를 보여주고 전철표를 받아오게 한 다음
녹색화살표가 있는 개찰구를 확인하게 하고
표를 넣는 곳을 알려 준 다음 전철표를 통과시키고
표를 잃어버리면 전철역을 나갈 수 없으니 잃어버리지 말것을 일러준 후
우리가 갈 곳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표지판의 글씨를 읽게 한 다음 방향을 잡고 가도록 했다.
(전철표한장에 이렇게 많은 과정이 숨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아이들은 정기적인 현장체험 학습 덕분인지 나름 익숙하게 잘 해냈다.
물론 익숙하게 잘 따라서만 할뿐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스스로 아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까지는 워~밍업~
문제는 전철에서 내리자 마자 발생했다.
몸이 불편한 송희는 보조기구를 사용해서 걸었는데 결정적으로 내린 역에는 엘리베이터 대신
리프트가 있었다. 그것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 반대 방향 저멀리에...
언니는 운동을 해서 다리 힘을 키워줘야 하는 송희에게 계단봉을 잡고 내려가도록시켰다.
우선 봉은 1학년인 송희에게는 너무 높았고 봉자체도 너무 두꺼워 송희의 작은 손에 버거워 보였다.
'그렇지...장애는 어른만 있는 것이 아니었지...'라는 생각이 새삼스럽다.
그래도 송희는 열심히 한계단 한계단 천천히 내려왔다.
몸이 튼튼한 언니오빠들은 벌써 내려가 계단 밑에서 송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계단봉을 잡고 느리게 내려오는 송희를 말없이 기다려 줬다.

표지판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길을 알려주면서 걷는데, 길을 알려주면서 걷는 나 자신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몰라 길을 놓칠때가 많았다. 표지가 대충되어 있거나 글씨가 너무 작았다. (흠...표지판을 보면서 걷는 것이 더 어렵다니 아놔~이거 참.....그렇담 평소에는 동물적인 본능으로 걸어 다녔단 말인가...--;; ) 늘 다니던 전철역인데 오늘처럼 낯설어 보이기는 정말 처음이다.
길을 헤매다 어찌어찌 출구를 찾고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다.
일.인.용. 에스컬레이터를...근처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다. --;;;
또니가 보조기구(본인이 서서 밀고 다니는 휠체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머리위로 들고 송희는 언니가 뒤에서 잡아주면서 우린 힘들게 영화관에 도착했다.
보통 성인 걸음으로 25분정도 걸릴 거리를 우린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린 포뇨('벼랑위의 포뇨'라는 제목이 우리 아이들에겐 너무 길다)를 볼꺼야. 무슨 영화를 볼꺼라고?"
"포뇨..."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포뇨라는 말을 되내인다.
영화관 매표소앞...
산타옷을 입은 귀여운 직원이 "무슨영화를 원하십니까~?"물어온다.
"...."
'포뇨'라고 대답하는 아이는 한명도 없었다.

영화를 보기위해서는 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복지카드를 내보이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매표소 직원은 할인카드를 쭉 나열하고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평소 같았으면 열심히 따져 봤을 나인데 그 직원의 말들이 그 순간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저 미지의 그 무엇인냥 멍하게 들렸다.(지하철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때문에 너무 긴장한 탓인가...정신이 반쯤 나갔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더 멍하게 그 직원을 쳐다 보고 있었다.--;;(우리 아이들은 긴장이라기 보다 그냥 모르는 거다.)
여튼 마무리는 언니가 했고 표를 사왔다.
표를 한장씩 주며 어디서 무슨 영화를 볼 것인지 다시 알려 주었다.
"400원" 설명을 듣고 있던 4학년 하나가 가격을 보고 읽는다.
"하나야 숫자 공부했었지? 이건 4천원이야. '0'이 몇개....%&*$%#&~~~.....
과연 하나는 언니의 설명을 다 알아 들었을까?
언니의 숫자설명이 끝나고 다시 표를 잘 챙기게 한 다음 팝콘도 사고 화장실도 나녀오고
우린 영화 볼 준비를 했다.

아이들에게 지하철의 이정표에서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는 것 만큼 자리를 찾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말과 글을, 글과 숫자를 사물에 매치시켜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참 버거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시작됐다.
진지하게 보다가
팝콘도 먹다가
하품도 하다가
영화가 끝날때쯤 아이들은 정말 지루해했다.ㅋㅋㅋ
아이들의 영화관람 매너는 아주 굿이다.
조용히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이 참 이뻐보였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러 갔다.
새삼 나보다 젓가락질을 잘하는 아이들이 놀라워 보인다.
편식도 없고
많이 먹고
맛있게 먹고...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났다.

이제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학부모님들이 기다리는 전철역으로 가야 한다.
표를 사고 입구를 찾고 전철을 찾아 타는 연습을 다시 시켰다.
계단 봉이 없어 리프트봉을 잡고 계단을 올라왔던 송희의 손이 새까맣다.
전철안에서 새까매진 손을 닦는 동안 우리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오늘의 수업은 이것으로 끝이다.
아이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했다.
자폐인 재하에게는 눈을 보며 "오늘 즐거웠어. 또보자."를 몇번이고 외쳤다.
"즐거웠어요"라고 감정없이 작게 말하는둥 마는둥... 재하는 엄마의 차를 보더니 휙~뛰어가 버렸다.
민경이와 하나는 손을 흔들어준다.
헤어지는 것이 조금은 서운한 것 같기도 하다.나만의 착각인가?ㅋㅋ

집에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으로 몸이 노곤노곤하다.
그동안 없었던 두통도 밀려 온다.
송희가 의지하며 잡고 걸었던 오른팔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따로 논다.
하루 반나절 봉사활동으로 내몸은 너덜너덜해졌다.
잠깐 도와줬을 뿐인데 이모양인 나를 보며 하루 종일 송희와 아이들을 책임진 언니의 노고가 온몸, 마음으로 느껴졌다.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과 함께 평소에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오늘 현장학습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문득....사람들이 좀 더 여유롭고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 때문에 길이 막혀도 욕하고 밀치면서 지나가지 않을 것이고, 나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이상하게 쳐다 보지도 않고, 다른 것을 그저 다른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서 배려도 생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은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흠~
여튼 오늘은 '약자의 사회적 배려 결여됨'과 더불어 '나는 참 많은 것을 거저 누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하루였다.

2008/12/18 22:02 2008/12/18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