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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2 [ 그 급식표는 쪽 팔려요... ] (6)

추석이라고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이나 기부가 활발한 것 같다.
오늘 신문에도 모기업이 송편나눔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송편을 전달하는 측의 노랑 조끼가 먼저 내눈으로 들어 왔다.

서양고전 수업을 들으면서 종종 성공회대 신부님과 담소 나눌 시간이 있었다.
한번은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봉사활동, 남을 돕는 일은 깊은 배려와 함께 인간의 존엄까지도 생각하면서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신부님이 하루는 혼자 사는 아이를 보기위해 집에 갔었는데 그 아이가 밥을 안먹고 굶고 있더란다. 그래서 학교에서 나눠 주는 급식표가 있지 않냐, 그거 내고 식당가서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아이 왈...
" 그 급식표 내고 먹으면 쪽 팔려요..."
그 아이는 약간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라고 한다. 사리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그 급식표는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는 징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처지를 남에게 함부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도시락 나눔을 받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고, 왕따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신부님도 충격을 받고 성공회대 안의 도시락 나눔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조끼를 벗고 일반 평상복 차림으로 각 가정을 방문하게 했고, 도시락도 도시락이 아닌 것처럼 싸서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갖다 줬다고 한다.

가난은 나쁜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한 이것이 그저 말뿐이라는 것도 안다.

스타들은 해외로 나가 봉사활동을 한다.
그리고 사진집을 남기고 매스컴을 탄다.
스타들의 인기도 만큼 같이 찍히는 아이들도 더불어 많이 팔려(?) 나간다.
세상에는 나눌 사랑이 많다라는 것을 알리려 그렇게 하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들의 서툰 배려가 맘에 걸린다.

다른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조용히 할 수록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많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고 가슴에는 자랑스런(?) 명패를 붙이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문지방을 넘고 있다.
우리는 그냥 그런 모습들을 여과없이 받아 들이고 좋은 일을 한다며 박수를 보낸다.
우리도 어느 순간 형형색색 조끼를 입은 저 사람들이 되어 있다.

시간이든 물질이든, 가진 것이 많든 적든 그것을 나눌 때에는
더 많이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08/09/12 11:31 2008/09/12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