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난 내 방이 없다.
그래서 늘 혼자 있기 좋은 곳을 찾아내서 그 곳에 꼭꼭 숨어 있곤 한다.
혼자 있기 좋은 곳으로는 토끼 우리가 있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토끼 우리는 원래 돼지 우리였다.
엄마는 그 돼지 우리에 볏짚을 가득 채워서 토끼들이 편히 놀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볏짚 깊숙히 앉아서 아기 토끼를 두손에 살포시 안고 볼에 살살 비비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아기 토끼도 좋아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락방도 있다.
할머니방과 엄마방 사이에 있는 다락방은 높이 있어서 할머니의 서랍장을 밟고서야 겨우겨우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기는 힘들고, 올라가서는 일어날 수도 없는 작은 공간이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사실 다락방은 혼자 있기 좋은 곳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꾸 올라가 보고 싶은 곳이다.
뭔가 알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쌓여 있는 다락방을 동생도 좋아한다.
다락방에는 혼자 보다는 동생과 함께 있을 때도 있고...암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가 더 많긴 한 것 같다.
혼자 있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광이다.
나는 광을 우리가 자는 방보다 더 깨끗하게 치우고
그곳에 엄마가게에서 가져 온 종이상자를 깔고 이불도 펴 놓고 내 곰돌이 인형도 갖다 놨다.
광에는 낮에만 간다.
밤에는 무서우니까.
난 겁이 많다.
오늘도 난 광에 앉아있다.
조금은 서늘하기도 하지만 60촉 전구 불빛이 은은하니 좋다.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다.
"여기서 뭐혀?"
"....."
할머니가 그냥 문을 닫고 나가신다.
할머니한테 나는 늘 퉁명스런 아이다.
아니 세상사람들에게 난 미운아이다.
난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좋다.
어둡고 좁은 이런 곳이 나는 참 좋다.
이런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날 꼭 닮아서 그런 것 같다.
참, 한번은 이불장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무섭고 답답했다.
아주 잠깐 이었지만 꼭 죽을 것만 같았다.
할머니 이불장은 미닫이다.
그리고 이불장 문이 굉장히 무겁다.
그래서 할머니 이불장 문은 안에서 쉽게 열고 닫을 수가 없었다.
밖에 있는 동생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마구마구 소리쳤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은 너무너무 무서운 일 같다.
그러고 보니 토끼우리는 사방이 뻥뻥 뚫려 있고, 아기 토끼와 늘 함께 였다.
다락방도 헐렁한 문이 있고, 늘 누군가와 함께 였다.
그리고 광도 문틈으로 햇살이 비쳤고, 늘 할머니가 날 찾아왔다.
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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