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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실격 ]

2009/07/06 16:52
인간 실격 - 10점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민음사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책을 읽는 내내 제대로 얼굴 한번 디밀지 않았던 아버지가 이 책의 끝을 장식했다.
조금은 쌩뚱맞은 끝인 것 같으나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존재의 실루엣만을 어렴풋하게 보여 주는 아버지에 관심이 갔다.

아버지...
나를 만드는 아버지. (혹은 어머니 혹은 부모)
힘 없고 약한 어린 새끼 였을 때 나는 집안의 강자, 아버지로 부터 사랑 받기를 원했다.
내가 몸무림 치지 않으면 그는 나를 돌아 봐 주지 않았다.
어떻게 나를 보여 줘야 할 지 몰라 주춤거리고 망설이다 그렇게 나는 때를 놓쳤고, 그 후 그는 더이상 나를 봐주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그저 많은 자식들 중 소극적인 아이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라고 회상하고 말면 좋으련만,
그런 나의 모습은 변하지 않고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움츠러든 어린 새끼 모습 그대로다.
모든 것은 다 '아버지 탓'이다.
'아버지 탓'은 세상으로 부터 안락함을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훈장 같다.
나는 몸짓만 커진 어린아이.
나는 어떻게 나 스스로 자라 인간이 될 것인가.
머리의 교활함과 영혼의 나약함만이 남은 내가 어떻게 인간자격을 얻을 것인가.
나는 어떻게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받을 것인가.
결국 '아버지'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 안의 아버지를 버리고 나를 채우는 연습, 그리고 그것을 성공하는 것.
바로 그것이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이다.
2009/07/06 16:52 2009/07/06 16:52
순탄한 어린시절과 사춘기를 보냈고,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한 후의 생활도 평탄했으며, 자식들 또한 아무 문제 없이 자라 주어 인생에서 도무지 결핍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이모의 삶에서의 자살은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모순이지만 그래서 너무나도 '지리멸렬한 삶. 그래서 그만 끝낼'수밖에 없었던 이모의 삶은 그 모양 그대로 순리다.

날아오는 접시와 주먹을 피해 살았으며, 집 나간 자식들을 찾아 골목길을 후벼 다녔고, 궁핍과 결핍은 엄마가 낳은 쌍둥이 마냥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의 인생을 갉아 먹었지만 그래도 늘 생기에 넘쳐나는 엄마의 삶. 그것은 그대로 모순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언제나 바람이 씽씽 일도록 바쁘게 살아'내야 했던 엄마의 삶 역시 순리다.

폭력과 가출을 일 삼으며 가정을 버린 아버지, 애정표현 인색한 속물적인 엄마 그리고 위태로운 어린 마초 남동생을 가진 나. 세상에 분노를 갖고 살아 갈 법도 하고, 심한 컴플렉스를 가질 만도 한데 참으로 덤덤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 역시 모순이다. 하지만 이미 수 많은 모순 덩어리로 가득 찬 나의 삶을 그대로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나, 그런 나의 삶은 그 자체로 또한 순리다.

생을 이루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이 한 몸이듯 모순과 순리도 하나다.
언제까지 생을 모순적이다 비관하면서 살 것 인가......
생의 모순은 순리다.
그것을 받아드릴 때 삶 속에 더이상 실망은 없다.
또한, 그때 진정한 생명력이 내 삶 속에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순 - 10점
양귀자 지음/살림


삶은 내가 규정하는 대로 살아지게 되어 있다.
2009/07/04 14:17 2009/07/04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