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일을 안 한지 어언 3년....
그림이 너무 그리기 싫어 그리지 않았다.
물론 낙서로 끄적이는 그림그리는 여전히 좋다.
단지 그림으로 돈을 버는 일에 회의가 느껴졌을 뿐이었다.
혹자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안된다고도 말을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슬럼프에 빠지는 이유는(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빠지게 되는 슬럼프와 좌절의 골이 그냥저냥 했던 일의 그것 보다는 더 깊을 수는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마라'는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것도 깊이 괴롭지 않으려면 좋아하는 일과 거리를 두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든, 싫어하는 일이든 하고 있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서 갖게 되는 자괴감은 모두 똑같은 괴로움이 아닐까....싶은데....????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찾아 오는 스트레스와 슬럼프는 자신의 실력을 높여 주는 좋은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렇게 업그레이드 된 실력은 생각없이 하는 일들에 비해 자신에게 몇 배이상의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져다 준다고도 생각 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게 맞다라고 생각 한다.
직업에 대한 나의 썰이 길었는데....
나 역시도 그림을 잠시 쉰 이유가 그림 그리기가 싫어서가 아니고 그림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나는 '그림이야 그냥저냥 그려 밥만 먹고 살면 되지~'가 안 됐다.
그림에 생각을 담고 싶었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림일을 하면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더더욱....그림그리기가 괴로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첫번째로는 쉼 이었고 두번째로는 공부였다.
그 동안 완전히 푹~쉬면서 책도 읽고, 신문도 읽고, 잡지도 읽고, 철학.고전 공부 하고, 동화짓는 연습도 하고, 그림 습작도 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생각을 많이많이 했다(또니왈-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큰 공부다).
그렇게 2년 조금 넘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글도 쓰고, 다시 그림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푹~ 쉬다 보면 결국 사람들은 자기안의 것을 보여 주고 싶은 열망이 샘 솟게 되는 것 같다.
(잘 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좀 더 창조적이고 재밌어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ㅋㅋㅋ)
그렇게 포트폴리오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려는 순간....
3년 전에 함께 일을 했던 편집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포트폴리오 좀 보내 주세요."
'야호!'
그 전화를 받고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그 잠깐의 기쁨은 보여 줄만한 포트폴리오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으로 돌아왔다.
3년 전 것이라도 그림을 보내 달라는 말에 주섬주섬 그림을 챙겼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너무나도!!! 내키지 않았으나....
일을 하기로 맘을 먹었으니 혹시나 하는 맘을 갖고 멜을 보냈다.
결과는?
꽝~ 다음 기회에....
그런데 좀 쪽 팔리긴 했지만 이상하게 맘이 상하지는 않았다.
전에 그렸던 스타일이 맘에 안들어 항상 고민했고, 그래서 슬럼프까지 겪었는데 그 그림 스타일로 다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의 꽝은 오히려 나에게는 정말 '약'이 된 것 같다.
꽝이 되면서 정말로 내가 그리고 싶은 스타일로의 변신을 꽤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고, 언제 또 어떻게 출판사에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 그 여유를 게으름과 맞바꿔 먹지 말고 포트폴리오 작업에 매진 해야겠다는 생각을 심어 줬으니 말이다~ ( 거기다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면 보여 줄 편집자가 한명 생겼으니 이 아니 기쁠소냐~ 그리고 3년전 사람이 전화도 다 해 주고 그 때는 잘 했었나보다~ㅋㅋㅋㅋ자뻑~)
이번 일로 정말로 기쁜 발견을 하나 더 했다.
전에 같았음 일을 못하게 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포트폴리오 퇴짜 = 그림 못그리는 사람이라는 자괴감에 빠져 우울과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텐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러고 있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이 일을 겪는 동안 감정의 평온함과 자유로움을 느꼈고 거기다 뭔지 모를 생동감까지 느꼈다.
이렇게 되고 싶었는데 정말 딱! 그렇게 됐다.
내 안의 나를 변화시키위해 10년 넘는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내 안의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그 동안 했던 많은 생각들이 이렇게 또 하나의 열매를 맺은 듯 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다.
내 안의 나와 동등하게 일대 일로 마주선 기분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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