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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

2009/07/17 11:18
서울과 전주는 가깝고도 먼거리 인 것같습니다.
일년에 몇 번 얼굴 보기도 힘든 동생이 서울 나들이를 왔습니다.
어릴 적에는 붙어서 싸우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왠지 모를 애뜻함이 새록새록 생깁니다.

온 첫날 언니와 나,  그리고 동생은 족발집에 갔습니다.
족발집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밖에 있는 탁자에 앉아 족발을 시켰습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고 있는데 폐지를 수집하던 할머니가 저희 탁자를 기웃기웃 하시며 물어 보십니다.
"거, 얼마여?"
"만구천원, 만칠천원,사천원 이렇게 있네요~"
동생이 대답합니다.
"아휴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거 못 먹어......"
두둥! 순간 얼어버린 삼남매.......
"이거 한점 드셔요."
동생이 상추에 족발을 하나 싸더니 걸음을 옮기시던 할머니를 세우고는 입에 넣어 드립니다.
"한 개만 주면 정 없데. 하나 더 싸드려."
저도 한마디 거듭니다.
그렇게 족발 몇점을 더 드시고 할머니는 떠나 가셨습니다.

"난 이걸 오지랖병이라고 이름 붙였어. 남의 일에 괜히 신경쓰고, 뭐 그런거. 내가 그래서 쌀도 사고 빗자루도 사고......ㅋㅋㅋ"
할머니가 가시고 나서도 가슴이 먹먹해 한마디 했더니 동생 왈,
"이게 왜 병이여.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맘이지."
크헐.... 어릴 적 책보를 툴러쓰고 슈퍼맨이 되고 싶은냥 이리저리 뛰어 다녔던 녀석이 정말로 맘은 슈퍼급이 된듯 합니다.
족발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동생이 한마디 합니다.
"할머니 포장 좀 해드릴 걸 그랬어~"

첫째날에는 언니네 있었고 둘째날에는 저희집에 놀러 왔습니다.
비가 억수로 내렸습니다.
올라오기 전에도 전주에 비가 엄청 왔다던데, 모처럼 놀러왔는데 이렇게 비랑 함께 다니니 좀 안됐다 싶은 맘도 들었습니다.

"형님(똔)은 어디 갔어?"
"공부하러......"
"먼 공부?"
"사진 공부, 다른 사람들은 돈 안된다고 다들 하지 말라고 하는디 나는 모르겄어...... 자기가 하고 싶다는디, 하고 싶은거 해야지 싶어~"
"그려,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하고 싶은거 히야혀. 누님네도 자식 생각은 없자녀. 글믄 그냥 조금 벌어서 하고 싶은거 함서나 살어. 살아 본게 아이 안 낳고 사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겄다 싶어."
"왜 과뇽이랑 보경이 이쁘잖아."
"당연히 이쁘고 좋지 ......"

몇 해전 자식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동생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누님의 인생'을 응원해 주는듯한 동생의 말은 '누님'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셋째날 친구들과 질펀하게 놀다 들어 온 동생은 낮잠에 빠져 있고 그 옆에서
아이들에게는 하나에서 열까지 다 설명해 주고, 이해시켜야 한다는 말을 언니와 나누고 있었습니다.
잠결에 그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동생이 한마디 툭 던집니다.
"글믄 얼매나 힘든 줄 아냐~?"(자식이 둘인 동생)
"그래도 다 그렇게 해줘야 해!" -언니와 내가 동시에 외침ㅋㅋㅋ-
"무시하는 것도 폭력이여~!"
"어, 알겠어!"
ㅋㅋㅋ 재미난 녀석입니다.

동생은 며칠 더 쉬다 가고 싶어 했지만 아들의 '보고싶다'며 울먹이는 전화를 이겨 내지 못하고 바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동생이 서울에 있는 며칠 동안 별 다르게 한 것은 없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고 좋습디다~^^
핏줄이라는 것은 참 희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9/07/17 11:18 2009/07/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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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니
    2009/07/18 08:5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어머머 니네 너무 사투리쓴다~ㅋㅋ

    수박못사준게 마니 걸렸다는거~
    • green
      2009/07/18 20:41
      댓글 주소 수정/삭제
      사투리를 많이 쓰는 사회가 되믄 좋겠다는거~ㅋ
      아~수박....ㅋㅋㅋㅋ 담에 쏴~
  2. 2009/07/20 22:0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동현이가 사투리를 쓰면?
    • green
      2009/07/21 13:54
      댓글 주소 수정/삭제
      완전~ 외국어~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