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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고 여기저기서 봉사활동이나 기부가 활발한 것 같다.
오늘 신문에도 모기업이 송편나눔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 기사를 보면서 송편을 전달하는 측의 노랑 조끼가 먼저 내눈으로 들어 왔다.

서양고전 수업을 들으면서 종종 성공회대 신부님과 담소 나눌 시간이 있었다.
한번은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봉사활동, 남을 돕는 일은 깊은 배려와 함께 인간의 존엄까지도 생각하면서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신부님이 하루는 혼자 사는 아이를 보기위해 집에 갔었는데 그 아이가 밥을 안먹고 굶고 있더란다. 그래서 학교에서 나눠 주는 급식표가 있지 않냐, 그거 내고 식당가서 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아이 왈...
" 그 급식표 내고 먹으면 쪽 팔려요..."
그 아이는 약간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라고 한다. 사리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그 급식표는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는 징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런 처지를 남에게 함부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도시락 나눔을 받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고, 왕따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신부님도 충격을 받고 성공회대 안의 도시락 나눔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조끼를 벗고 일반 평상복 차림으로 각 가정을 방문하게 했고, 도시락도 도시락이 아닌 것처럼 싸서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갖다 줬다고 한다.

가난은 나쁜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또한 이것이 그저 말뿐이라는 것도 안다.

스타들은 해외로 나가 봉사활동을 한다.
그리고 사진집을 남기고 매스컴을 탄다.
스타들의 인기도 만큼 같이 찍히는 아이들도 더불어 많이 팔려(?) 나간다.
세상에는 나눌 사랑이 많다라는 것을 알리려 그렇게 하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들의 서툰 배려가 맘에 걸린다.

다른 사람들과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조용히 할 수록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많은 고민과 배려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고 가슴에는 자랑스런(?) 명패를 붙이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문지방을 넘고 있다.
우리는 그냥 그런 모습들을 여과없이 받아 들이고 좋은 일을 한다며 박수를 보낸다.
우리도 어느 순간 형형색색 조끼를 입은 저 사람들이 되어 있다.

시간이든 물질이든, 가진 것이 많든 적든 그것을 나눌 때에는
더 많이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08/09/12 11:31 2008/09/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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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쉬르
    2008/09/1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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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진짜 완전 초공감!

    난 사실 내가 "돕는"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라
    나랑 똑같이 먹고싶은것도 가지고 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많은데
    난 내가 하고싶은거 다하면서
    그중에 남는거 눈꼽만큼 떼어 "나눈다"고 하는것도
    너무 아이러니 한것 같아서 고민 진짜 많이 했어요
    결국엔 고작 자기만족 아닌가 싶어서

    근데 뭐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다야
    어떤 모양새로든 그래도 한숟가락이라도 거드는게 나은걸요
    • green
      2008/09/13 10:09
      댓글 주소 수정/삭제
      어제 지누션의 션의 인터뷰를 좀 봤는데
      기부하려고 맘먹으면 들어올 수입을 계산해서 '미리' 기부를 한다는 글을 봤어...어느 정도 수입이 들어오며 맘이 변할까봐 그런다고 하드라고...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정말 어떤 형태로든 그리고 어떠한 처지건 간에 남을 도울 순간을 지금으로 삼는 사람들은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쉬르의 봉사활동하는 모습 보면서도 자극 많이 받았었는데...

      암튼 생각만큼 실천하는 삶을 살려 꾸준히 노력해야겠어~
  2. piper76
    2008/09/28 01:0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사회복지에서도 stigma 문제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합니다. 저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스티그마 없이 절달도 어렵고, 그런 고민을 하다보면, 부가적 비용이 더 필요하고 (차라리 그 돈이면 밥 한끼를 더 마련해서 줄 수 있는데 말입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원마련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말 주어야 할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별하는 것도 어렵고...(정보수집도 어렵고, 그 정보의 악용방지도 어렵고) 그렇게 해서 어찌저찌해서 방법이 결정되도 사람들이 쉽게 따라주지도 않습니다. 난 다르게 생각하니, 그 시스템을 못 따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미 시행된지 20년이 넘는 법인데도 말입니다. )
    • green
      2008/09/28 19:22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것을 스티그마라고 하는 고만..ㅋ 전문용어까지..ㅋㅋ

      기준을 세우고 구별을 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무엇보다도 돈이 문제군.
      거액을 주는 것도 아니고 밥한끼 주는데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도 좀..그렇다는 생각도 들고... 먹고 살아가는 기본권에 대해서 참 박한 세상이야.

      복지면에서 더 박해진 명박정권에서는 배고픈 사람들이 더 늘어나겠어..
  3. 이비
    2008/10/01 10:2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흐음~~
    진짜 뭘하고 싶은 것일까?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조심하고 고민하면서, 정작 해져야 할 것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작 그 안에 빠져 있고 생략된 것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살림살이라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생활이라면,
    너 죽는줄 모르고 그것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사는 것 같고
    생활보다는 이벤트를 더 많이 하며 사는 것 같은데...

    필요와 요구 사이에
    실제로 오가는 것은 사람인듯 한데...
    그게 자주, 부대끼면서 닳아지면 그 안에 싹트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야~
    우연찮게 만났던 우리도 그러지 않았나? ㅎㅎㅎ

    텔레비젼에서 독거노인 방문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는데
    떠나가는 그네들을 바라보며 PD의 질문에 답하는 할머니의 한 말씀
    "빵 이기 뭐시라고 이 늙은이 보러 와 주는 게 고맙지~"
    • green
      2008/10/06 08:39
      댓글 주소 수정/삭제
      공감...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