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안 좋아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이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을 들고 이거저거 눌러보다
전화번호부를 연다.
하나하나 보다 보니
연락이 오지 않거나 하지 않는 번호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호와 함께 이름이 눈에 들어 온다.
누구인지 한참을 생각해야만 떠오르는 이름도 있고
왠지 맘이 상하는 이름들도 있고
안부가 궁금해지는 이름들도 있고
기분좋아지는 이름들도 있고
아쉬운 이름들도 있다.

누군지도 모를 이름들을 지우고
이유없이 멀어진 아쉬운 이름과 번호를 지운다.
그리고 남겨진 번호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내가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과
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들의 번호가 남는다.
한번은
감정이 나빠져서 연락이 끊어진 사람의 번호를 지웠다가
한참이 지난후 모르고 받았던 적이있다.
(그 사람은 별일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난 많이도 상처받았더랬다.)
그렇게 걸려온 전화에
어정쩡하게 안부를 물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지워져야 할 번호들이
지워지지 않고 내 휴대폰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모든 인연을 좋게만 만들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픈 맘까지 다독이면서
인연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번호들이 정리 된 휴대폰이 왠지 가벼워 보인다.
휴대폰을 다시 머리맡에 두고
폭신한 이불에 몸을 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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